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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걸그룹 ‘헌트릭스’는 무대 위에서 용기와 희망을 노래하며 어둠을 몰아내고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헌터가 선정돼 이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들의 먼 선대에는 무당이 있다.
25~26일 이틀 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원조 헌트릭스’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무당이자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인 김동언(70·부산 기장 오구굿 보유자선취매아카데미
), 정영만(69·남해안별신굿 보유자) 두 사람이 현대 국악 작곡가들이 만들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관현악)이 연주하는 가락에 맞춰 ‘한 판 굿’을 선 보인다.
이들에게 굿은 인생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영만 보유자(이하 정)는 집안의 11대째 세습무다. 세습무는 신병을 앓아 내림굿을 받는 강신무와 달리 조상 대대로 신분을 이어받알라딘게임다운
아 무업을 수행하는 무당이다. 김동언 보유자(이하 김) 역시 초대 동해안별신굿 전승자인 고(故) 김석출의 셋째 딸이다. 두 보유자는 “사람들이 이제야 굿 이라는 전통문화, 예술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것 같아 지난 세월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처음 본 굿이 기억 나나. ▶김: 어머니가 9살 때 돌아가셨는데, 그러고 1년 후 쯤 릴게임 공략법
아버지가 하시는 굿을 봤다. ‘심청굿’이었는데, 심 봉사가 아내를 잃은 후 ‘마누라, 이제 가면 언제 오나’라고 읊조리는 장면이 있다. 사설(가사)을 읊던 아버지가 우리 때문에 목이 메어서 더 못하겠다고 구경꾼 틈에 있던 우리 가족들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나는 몰래 아버지의 굿을 보며 같이 울었다. ▶정: 굿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언제가 처음인지도 기억프롬써어티 주식
나지 않는다. 그러나 마을 산등성이 쯤에서 들렸던 징, 피리소리 이런 게 가슴에 와 닿았던 느낌은 뚜렷하다.



정영만 국가무형유산 보유자가 공연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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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을 이어오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정: 20대 때는 굿 안 하려고,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배도 타고, 택시 운전도 하고…. 당시엔 무당 집이라고 하면 굉장한 핍박과 편견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바로 윗대 보유자인 왕고모(고모 할머니)가 악사가 필요하다며 날 불렀다. 결국 서른이 되기 전 굿판으로 돌아왔다. ▶김: 고생 많이 했다. 예전엔 차도 없으니 굿 하러 동생들 업고 5리, 10리도 걸어 다녔다. 그래도 재밌었다. 남들이 ‘무당 딸’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싫거나 부끄럽지 않았다. 몇 년 뒤엔 어떤 굿을 하겠다, 큰 무녀가 되겠다는 작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해왔던 굿은 헌트릭스가 세상을 구하는 기제와도 비슷하다. 굿의 사설을 따져보면 고인의 가는 길을 돕거나 마을의 안녕을 비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무당이 10여명의 악사들과 함께 굿판을 벌리면, 빙 둘러싼 구경꾼들은 무당이 읊조리는 가락에 함께 웃고 울며 마음을 다스렸다.
-어떤 마음 가짐으로 굿을 하나. ▶정: 사랑했던 엄마가 고인이 됐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자녀에겐 엄마가 종교가 된다. 때때로 ‘엄마, 하늘에 잘 있지. 나 좀 도와줘’ 한다. 화답하는 엄마는 ‘내가 없더라도 희망 갖고 잘 살아’라고 말할 것이다. 이 엄마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게 무당이다. 그러니 대충할 수 없다. 정말 넋이 오는 듯, 애절하고 간절하게 노래한다. ▶김: 실제 굿을 하면, 관객들 호응에 따라 굿이 다 끝난 뒤 앵콜 격으로 타령 같은 것도 더 부른다. 극락 가라고 불러낸 망자들을 섭섭지않게 보내는 차원이다.
-요즘도 굿을 많이 하나. ▶정: 확 줄었다. 예전엔 경남 통영 지역에 ‘산수계’라는, 일종의 굿 축제가 있었다. 고인이 된 지역 예인들을 모시기 위해 고을에 있는 무당들이 다 같이 모여서 2박3일 동안 굿을 한다. 일반인들도 구경하러 오고 덩달아 주위에 식당들도 성행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경찰들이 풍기문란이라며 단속을 나왔다. 이런 흐름 때문에 굿 문화가 많이 위축된 건 아쉽다.



김동언(왼쪽,부산 기장 오구굿 보유자) 국가무영유산 보유자가 공연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강정현 기자


한때 무당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당했던 이들에게 이번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의 협연은 특별하다. 국악원이 2021년부터 시작한 ‘전통의 재발견’ 시리즈 여섯 번째 공연으로, 김·정 보유자뿐만 아니라 유지숙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이태백 진도씻김굿 이수자 등의 지역별 대표 명인이 함께 무대에 선다.
음악적으로도 상당한 도전이다. 굿은 창을 담당하는 ‘대사산이’가 주도하며 정해진 악보, 장단도 없다. 함께 하는 산이(악사), 승방(무녀)도 대사산이의 노래 흐름에 맞춰 움직인다. 사실상 대부분 애드리브였던 굿이 무대로 들어오며 연주 전 약속해야 할 것이 훨씬 많아졌다. 보유자들은 이번 무대를 위해 관현악단과 3번 이상 리허설로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정기공연을 하루 앞 둔 23일 김동언 보유자와 관현악단이 리허설 중이다. 최민지 기자


-협연을 준비하는 소회는. ▶정: 국악계 후배들과 이 장중한 음악을 함께 엮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굿 판 같다. 우리 음악은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다. 이런 오묘한 기법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따라오지 못한다. 드디어 이런 굿의 진가를 알아준 것 같아 뿌듯하다. ▶김: 빨리 관객이 보고 싶다. 관객이 있으면 또 내 입에서 나오는 사설이 달라질 것이다. 예전에 덴마크에 가서 굿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이렇게 돌아가신 분들의 한을 풀어주는 건 그 나라에 없는 문화인지, 관객들이 무척 좋아하더라. 그런 호응이 이번 공연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