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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북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30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정상회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양 정상의 첫 양자 회담이 순조슬롯머신
로워 앞으로 한일관계가 협력 기조로 나아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실 두 사람은 모두 집권 전에는 역사 문제에 있어서 상대국에 강경 우익적 입장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이상하리만치 두 사람의 입장은 온건 대화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집권 전 징용공문제에 일본 기업이 직접 변제외환투자
책임이 있다고 했고,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친일파’ 인물의 초상을 철거하는 등 우익 강경파 모습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후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여러번 만나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만들어가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놀라운 변화다.
다카이치 총리도 마찬가지다. 그는 집권 전에는 한국인들에게 ‘극우 보수바다이야기 무료
’ 각인돼 있었다. 우익 보수 정치인들이 거르지 않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해왔고, 과거사와 영토 문제에 있어서도 매파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달 초 총리에 취임하고 나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않고, 한일 미래지향적 외교를 언급하며 셔틀외교 유지를 피력했다. 한일관계를 온건하게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30일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인팩 주식
이 기조 대로였다. 양국 협력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모두 발언에서 “그간 구축해 온 일한 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양국을 위해 유익하다”고 말했다. 셔틀 외교도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모처럼 찾아온 한일 ‘신밀월 시대’

이제 첫발을 뗀HTS활용
것이지만, 문일지십(聞一知十)이라고 이재명과 다카이치 시대의 한일관계는 일단 순조로운 출항을 했다.

사실 이웃한 나라끼리 역사와 영토의 갈등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일 정상이 갈등은 대화로 풀어나가고 상호이익을 넓히는 미래로 나아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국제정치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양국 공히 미국과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동병상련의 배경이 작용했다.
아울러 패권화하는 중국과 핵무장한 북한에 공동 대응하는 미국 주도의 한미일 안전 협력 체제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싹텄다.
경제적으로는 양국 모두 성장 정체에 갇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런 배경에서 ‘한일 경제 연대’ 나아가 ‘한일 경제공동체’라는 큰 그림을 그리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한일 경제 연대로 인적교류와 시장 통합으로 나아가자고 주장한 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한국과 일본이 유럽연합(EU) 수준의 단일경제권을 구축해 세계 4위 규모의 경제 블록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순한 협력이 아닌, 노동력과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경제통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성장 한계 앞의 한국, 돌파구는 ‘연대’

한국 경제는 현재 구조적 둔화의 벽에 부딪혀 있다. 단지 수출 중심의 성장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장기화되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한국의 대외 의존형 산업 구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 저출산, 내수 위축까지 겹치며 성장 모멘텀이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최 회장의 제안은 경제계의 절박한 위기감과 맞닿아 있다. 그는 “한국이 성장의 모멘텀을 잃었다”며 “이제는 외부와의 전략적 연대 없이는 구조 전환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역시 장기 불황, 인구 감소, 생산인구 고령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산업 활력을 되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기술력은 탄탄하지만 내수 시장이 줄어드는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과의 연대 필요성은 충분하다.
한일 양국은 산업 구조상 ‘경쟁과 보완’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반도체다.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생산 공정 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일본은 포토레지스트·실리콘 웨이퍼 등 핵심 소재와 장비에 강점을 갖고 있다.
배터리, 로봇, 바이오 등 미래 산업에서도 양국의 협력 여지는 많다. 실제로 경제계 일각에서는 양국이 공동 R&D와 기술 표준을 마련해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중국과 경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산업 협력의 연장선상에서, 인적자원의 자유로운 이동이 ‘진정한 단일경제권’의 핵심으로 거론된다.
한일판 솅겐조약 또는 타스만조약의 가능성은?

최 회장의 구상은 단순한 무역 협정을 넘어, 사람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구조까지 상정한다. 이때 자주 언급되는 모델이 유럽연합(EU)의 ‘솅겐조약’(Schengen Agreement)이다. 솅겐조약은 1985년 프랑스·독일·룩셈부르크 등 5개국이 체결해 출발해 지금은 27개국이 가입돼 있다.

회원국 간 국경검문 없이 자유롭게 이동·거주·취업이 가능한 ‘EU 내 단일 이동권’을 확립했다. 인적, 물적, 서비스 및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된다. 통합 수준이 높아 한일이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다 현실적인 모델로 호주와 뉴질랜드가 맺은 타스만조약(TTTA: Trans-Tasman Travel Agreement)이 꼽힌다. 1973년 체결된 이 조약은 양국 국민이 비자 없이 상대국을 방문·거주·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복지수급 등 일부 제한은 유지한다. 완전 통합이 아닌 ‘유연한 자유 이동권’인 셈이다. 한일 관계의 역사적·정치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솅겐보다는 TTTA 모델이 더 현실적 출발점으로 보인다.
한일은 이미 활발한 인적교류 중

한일 양국의 물리적·문화적 거리는 이미 좁혀지고 있다.

2024년 기준 방일 한국인은 882만 명, 방한 일본인은 322만 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해는 양측에서 모두 이 수치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관광 뿐 아니라, 워킹홀리데이·스타트업 교류·문화산업 협업 등 젊은 세대 중심의 교류가 활발하다.
활발한 인적 교류는 한일 단일 경제권 논의가 ‘비현실적 구호’에 그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한일 간 인적 자유이동이 제도화된다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비자절차 간소화로 여행·비즈니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상호 자격증 인정이나 전문인력 교류가 확대된다. 노동력 부족 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 젊은 세대 간 접촉이 늘면 장기적으로 문화적 거리감도 줄어든다.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사회적으로는 상호 이해 증진이라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그러나 현실의 벽도 높다. 무엇보다 역사 문제와 국민 정서라는 감정의 장벽이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30대 이하 청년 세대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개방적 입장으로 많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과거사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류가 급격히 확대되면 일상 속 차별·혐오가 오히려 증폭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노동시장 충격에 대한 우려도 있다. 노동시장이 확대되지만 상대적 저임금 노동력 유입, 일자리 경쟁, 사회보장비용 부담 등이 새로 생기게 된다. 국경 통제 완화에 따른 안보·치안 문제도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당장은 어렵지만, 점진적 접근은 가능하다

지금 당장은 한일 솅겐조약 수준의 통합은 어려울 것이다. 경제적 필요성에 따라 ‘부분적 자유 이동’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른바 ‘로우 리스크’(Low-Risk) 접근법이다.

예를 들어 △전문 인력 비자 완화 △상호 자격증 인정 확대 △워킹홀리데이 연령·쿼터 상향 △공동 규제 샌드박스(메가샌드박스) 도입 등 현실적인 단계별 협력이 제시된다. 이러한 제도들은 결국 사람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늘리고, 정치·정서적 벽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경제 통합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다. ‘한일판 솅겐조약’의 실현 여부는 경제 논리보다 국민 간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 데 달려 있다.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민감하지만, 동시에 한류와 일본 문화의 교차 소비, 청년층의 상호 교류 확대는 이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양국 정부가 청년·스타트업·문화 분야의 교류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민간 차원의 교류를 장려하는 것이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최태원 회장의 제안은 아이디어에 그쳐선 안 된다. 한일 양국이 번영을 함께 일구는 ‘운명 공동체’로 나아가는 모멘텀이 돼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기술 패권이 흔들리는 시대, 한일 양국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 선택지 앞에 섰다.
한일 단일경제권이 실제로 실현되기까지는 정치적 결단과 국민적 합의라는 높은 산이 남아 있다. 그러나 ‘한일판 솅겐조약’이라는 발상 자체가 이미 과거의 벽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