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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값이 치솟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뚝심 있는’ 금 보유가 재조명받고 있다. 이탈리아는 1970년대 오일 쇼크 때도,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도 금을 팔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15일 ‘금값 급등 속 뚝심 있는 이탈리아의 금 보유가 빛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금값이 사상 최고가 흐름을 타며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방대한 금이 현재 뜻밖의 수혜를 안겨주고 있다”며 이탈리아의 금 보유 상황을 조명했다.
이탈리아은행이 보유한 금은 2452톤으로, 세계 3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8133톤), 독일 분데스방크( 직장인대출금리 3351톤) 뒤를 잇는다. 현 시세로 따지면 약 3000억달러(약 426조6900억원) 규모다.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13%에 해당한다고 로이터는 추산했다.
이탈리아의 금 사랑은 에트루리아 문명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기사에선 근대에 국한해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다뤄진다.
2차 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 우리은행적금이자율 나치군이 현지 파시스트 정권의 도움 아래 이탈리아 금 120톤을 압류하면서 전쟁이 끝날 무렵 이탈리아 금 보유량은 약 20톤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보유량은 1960년까지 1400톤으로 증가했다. 이탈리아가 전후 ‘경제 기적’ 시기에 수출 주도 경제로 성장하면서 달러화 유입이 급증했고, 이 중 일부가 금으로 전환되면서다. 1 후불교통카드 미납 958년에는 압류됐던 금의 4분의 3을 회수했다.
이탈리아는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도 금을 팔지 않았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 투자 심리가 악화됐을 때도 금괴를 담보로 독일 분데스방크에서 현금을 차입했을 뿐, 매각은 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금 보유를 유지했다.


저소득층창업자금
이탈리아은행 금고에 금괴가 층층이 쌓인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의 금에 대한 믿음은 전 이탈리아은행 부총재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살바토레 로시 전 이탈리아은행 부총재는 2018년 자신의 저서 ‘오로’(Oro·금)에서 “금은 마치 집안의 은식기, 농협 국민행복기금 할아버지의 귀한 시계 같다”며 “국가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흔들릴 때 어떤 위기에서든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에도 금은 최후의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들이 국제 질서 재편 속에 다시 금을 축적하고 있다. SDA 보코니 경영대학원의 스테파노 카셀리 학장은 “이탈리아은행의 그 역사적인 결정은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라며 “왜냐면 우리는 지금 다시 그 시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마의 이탈리아은행 본관 지하 금고에만 약 1100톤의 금이 보관돼 있다. 비슷한 양이 미국에도 있고, 영국과 스위스에도 소량 보관돼 있다고 한다.
3조5000억유로(약 5790조원)인 국가 채무를 줄이기 위해 금을 매각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실현된 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금괴를 매각해 이를 필수 공공 서비스 비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이탈리아은행은 매각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카셀리 학장은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시장 가격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스테이블코인이나 가상 화폐 같은 디지털 자산이 부상하는 지금, 중앙은행들이 가장 뜨거운 자산을 갖고 있다. 금을 팔지 않는 것은 옳은 결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