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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KAIST는 교원 창업 기업 ‘소바젠’이 난치성 뇌전증 신약 후보 물질을 약 7500억원에 이탈리아 제약사에 기술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 학교 의과학대학원 이정호(48) 교수가 국내 의사과학자로서 대규모 기술 수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일본지진관련주
주요 국가에 비하면 의사과학자 불모지인 한국에서 ‘진료실 밖’ 의사의 이례적 성공이라는 평가다. 미국 보스턴에 머물며 하버드 의대와 공동 연구 중인 이 교수는 12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도 의사과학자가 세계적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의대 3학년 겨울방학 때 미국 의사들과 연구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현지에정글북
서 “의대 졸업하고 레지던트 마치고 연구 시작하면 머리 굳어 힘들다”는 조언에 4학년 때 의사과학자로 진로를 정했다. 그는 “한국 의사과학자도 노벨상 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며 “더 많은 의학도가 연구자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의학계가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뇌종양, 뇌전증은 물론이고 인류가 치료하지 못한 뇌 질환을 정복하전쟁관련주식
는 게 목표”라고 했다.
다음은 이정호 교수와의 일문일답.
-의사과학자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지방의 일반고 출신인데 부모님이 집안에 의사 있으면 좋겠다고 권해 연세대 의대로 진학했다. 수업을 들으면서 질병이 왜 생길까 관심이 커졌다. 3~4학년 때 미국 존스홉킨스대 신경외과 연구실에서 4개월간 연수를서울옥션 주식
했다. 그곳에서 만난 교수가 통증 기전을 연구하는 의사과학자였다. ‘이렇게 열심히 연구하는 의사도 있구나’ 많이 놀랐다. 교수가 회진하면 제자들이 우르르 따라다니면서 떠받드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의대 동기 중 의사과학자는 몇 명인가.
“졸업 동기 190명 중 혼자였다. 환자 진료에 헌신적인 동기들GS주식
이 많았다. 그래서 ‘환자 치료는 친구들한테 맡기자’ 생각하고 연구에 더 매진했다. 군 복무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마침 ‘의사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생겼다. 내가 1호다. 덕분에 연구가 단절되지 않았다.”
-박사 후에 미국으로 간 이유는.
“원래 미국에서 자리 잡을 생각으로 미국 의사 면허 시험도 봤다. 2009년 당시엔 한국에서 의사과학자로 신약을 개발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박사 후 연구원을 UC 샌디에이고 하워드 휴즈 의학 연구소에서 했다. 조 글리슨 교수 지도를 받았는데, 이분도 유명한 의사과학자다. 세계적인 의사과학자들은 대부분 환자를 거의 안 본다. ‘진료와 연구 둘 다 하면서 세계 최고가 되긴 어렵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3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연구 환경이 좋아진 것이 큰 계기가 됐다. 바이오 연구 수준이 올라갔고 한국에서 나오는 성과도 접하면서 ‘돌아가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2012년 KAIST 제안으로 의과학대학원 교수로 부임했다.”
-의대가 아닌 KAIST를 선택한 이유는.
“우리나라 의대는 협업이 어렵다. 의대 사이에 경쟁 의식이 있고, 병원 간 환자 샘플도 공유하지 않는다. 선후배 위계질서도 강하다. KAIST는 협업하기 좋았다. 환자 샘플을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어 미국이라면 2년 걸릴 일을 몇 달 만에 해낼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난치성 뇌 질환 관련 유전체 분석에서 세계 최초의 성과를 냈고 논문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그래픽=백형선


-신약 후보 물질을 기술 수출했는데.
“RNA(리보핵산) 신약이다.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인 RNA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다. 이상한 단백질을 만드는 RNA를 찾아가서 깨뜨리는 약으로 보면 된다.”
-계약 규모가 7500억원이라 화제다.
“계약금과 개발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합한 것이다. 상용화에 따른 로열티는 추가로 받는다. 이번 신약 후보 물질은 환자 투여 전에 이미 이탈리아 제약사에서 가능성을 확신하고 계약한 것이다.”
―2018년 소바젠을 창업했는데.
“사실 창업엔 관심이 없었다. 조카가 뇌종양으로 숨진 지인이 뇌종양 돌연변이를 연구하는 내게 창업을 제안했다. ‘이 연구를 세상을 위해 쓰자’는 뜻이 서로 맞았다. 창업을 통해 연구뿐 아니라 개발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 의사과학자 양성 해법은.
“연구비와 제도는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의사과학자로 양성되고도 병원으로 돌아가는 인원이 절반 이상이다.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면 둘 다 ‘세계 최고’가 되기 어렵다. 결국 환자를 보느냐, 연구를 하느냐 선택해야 하는데 연구로 진로를 결정하려면 국가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의사과학자가 연구비 걱정하지 않도록 안정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기존 의대뿐 아니라 KAIST처럼 산업과 혁신에 가까운 곳에서 교육을 받아야 창업이나 신약 개발을 더욱 꿈꿀 수 있다. 지금은 전국 의대졸업생의 1%인 30명 정도가 의사과학자 길을 선택하는데,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이 생겨 30명 정도 더 양성되면 세계적 K신약 개발 등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이다. 세계 최고의 의사를 내는 한국이 최상위 의사과학자를 키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의사과학자는 자신의 연구로 더 많은 세상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삶을 나아지게 한다는 믿음을 갖고 일하는 직업이다”라고 말했다.
☞이정호 교수
소아 뇌전증(반복되는 발작 증세)을 비롯해 난치성 뇌 질환을 연구해 온 의사과학자다. 연세대 의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신경약리학 박사를 했다. 미국 UC샌디에이고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마치고, 2012년부터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산 젊은 의학자상(2013), 뉴욕과학아카데미 과학혁신가상(2020) 등을 받았다. 2018년 소바젠을 창업했고, 최근 이탈리아 제약사에 난치성 뇌전증 신약 후보 물질을 7500억원 규모로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의사과학자(MD-PhD)
의사 면허를 가진 과학자다. 의료 학문 지식과 환자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 인공지능·로봇 등 첨단 기술을 의료에 접목하거나 바이오 혁신, 감염병 대응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