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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뉴스1) 허고운 기자

"최첨단 장비를 사용해 훈련하니 전쟁터에 온 기분입니다. 여기서 훈련하니 전투력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예비군으로서의 자부심도 생깁니다."

지난 9월 23일 충남 보령시 소재 김좌진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서는 연신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과거 예비군 훈련장에서 흔히 들리던 "선배님들 제발 열심히 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현역 조교'의 하소연은 여기선 없는 말 해드림대출 이다.
소총을 잡아본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취재진도 군복과 방탄모를 착용한 채 동원훈련 2형에 참여했다. 당초 계획은 예비군들의 훈련을 참관하는 것이었으나, 실탄은 물론 가상현실(VR)을 접목한 과학화 장비, 드론이 총집결된 훈련장을 보자 '직접 싸워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관문은 사격훈련이었다. 김좌진과 여자 직업군인 학화예비군훈련장에는 방탄유리로 제작한 칸막이와 도비탄 발생을 차단하기 위한 자동화 표적 시스템을 갖춘 실내사격장이 있다. 훈련의 안전성을 챙기는 것은 물론, 소음·환경오염을 최소화한 시설이다.



예비군들이 실내 사격장에서 개인화기 실사격 훈련을 진행하며 사격술을 연마하고 있 일반신용 다.(육군 2작전사 제공)


연습사격을 통해 영점을 잡자 사격장이 어두워졌다. 현역 병사들도 자주 하지 못하는 야간사격 연습을 위한 조치다. 밝은 곳에서만 사격을 해봤던 기자는 당황했다. 표적이 잘 보이지 않아 결과도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좋은 전투경험이었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법인회생폐지 야간사격을 마친 뒤 VR 영상모의 사격장으로 이동했다. 탄도궤적과 반동이 실제와 유사한 모의총기를 들고 몸통과 팔·다리에 피격 인식이 가능한 슈트를 착용한 채 3면 멀티스크린으로 모사한 전장으로 이동했다.
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적들이 침투해 왔다. 적을 명중하면 곧바로 그 결과가 나왔고, 은폐·엄폐를 소홀히 하면 적에게 피격당해 슈트 치킨카페 를 통해 진동이 전해졌다. 게임처럼 재미있었지만 실제 전투에 가까워 긴장감이 꽤 감돌았다.
주어진 시간이 지나자 훈련 결과가 화면에 나왔다. 기자의 명중률은 나쁘지 않았고, 적을 많이 명중했다는 칭찬을 들었다. 하지만 '민간인 1명 사격'으로 치명적인 감점을 받았다. 적과 아군이 뒤섞인 상황을 이처럼 현실적으로 체험할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예비군이 VR 기반 영상모의 사격훈련을 실시하며 실제 전장과 유사한 환경 속에서 사격술과 전투 감각을 숙달하고 있다.(육군 2작전사 제공)


함께 훈련한 예비군들은 모두 "즐겁고 귀한 경험이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교관·조교들도 "우리 훈련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재미와 실전성을 모두 잡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훈련장에서는 공항·기차역·발전소 등 다양한 배경으로 부대별 임무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훈련 콘텐츠를 선보인다고 한다.
대기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예비군 입소 시 지급되는 스마트워치와 훈련장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로 훈련장 전체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훈련이 진행되지 않는 곳을 알 수 있어 시간과 동선을 효율적으로 짤 수 있다.
야지전술훈련장에선 웨어러블 슈트와 마일즈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쌍방 교전이 이뤄졌다. 전투가 시작되자 연막탄이 터졌고, 예비군 1명이 사망할 때마다 영화 '오징어게임'처럼 "XX번 사망"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소나무숲에서의 치열한 전투 결과 청팀이 승리했다.
곧이어 훈련의 하이라이트인 시가지 전투에 참여했다. 야지전술훈련과 비슷한 방식이지만 배경이 달랐다. 훈련장에 입소하는 예비군 거주 지역의 실제 건물을 참고해 만든 구조물이 설치돼 "야 실감 난다"라는 탄성이 들려왔다.



예비군이 시가지 전투환경 속에서 드론 위협 대응훈련을 실시하며, 현대전 양상에 부합한 실전적 전투기술을 숙달하고 있다.(육군 2작전사 제공)


훈련 중 "드론을 제압하라"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하늘을 보니 드론이 비행하고 있었다. 실탄이 아닌 마일즈 장비를 쓰기 때문에 드론에는 감지기가 부착돼 있었고, 드론은 예비군들이 화망을 구성해 일제 사격에 나서자 이내 격추됐다.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 훈련에도 과학화 장비는 등장했다. 응급처치 훈련에서는 흉부 압박 위치와 깊이, 속도를 정확히 알려주는 장비가 사용됐다. 모든 훈련 결과와 성적은 스마트워치로 즉시 전송됐다. 고득점자에게는 조기 퇴소 인센티브가 주어지자 예비군들은 현역 시절보다 더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훈련장에서 만난 예비군 윤창호 씨는 "자율적으로 강의를 신청하는 만큼 훈련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라며 "나를 포함한 예비군들이 훈련에 진심으로 임하기 때문에 지루할 새 없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라고 말했다.
훈련 조교 조명식 상병은 "친구들로부터 예비군들이 조교의 말을 듣지 않아서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었으나 여기 와보니 그렇지 않았다"라며 "예비군 선배들이 열심히 해주고, 부대원들도 모두 전문성 있다는 게 느껴진다"라고 밝혔다.



예비군에게 지급되는 웨어러블(스마트워치) 장비는 입소부터 퇴소까지 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며, 훈련 결과를 실시간으로 기록·평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육군 2작전사 제공)


염승진 교관은 "교관과 조교들은 예비군 한 명 한 명을 소중한 전우라고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국민과 함께 국가를 지킨다는 사명으로 최선을 다해 임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예비전력의 중요성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다시 한번 입증됐다. 개전 초 러시아의 압도적 군사력에 의해 조기 종전될 것으로 예상됐던 전쟁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예비군의 고군분투로 장기화하면서다.
대한민국의 예비전력도 상비전력과 함께 전쟁 억제와 승리를 위한 양대 축으로 역할을 해왔다. 1968년 1·21 무장공비 사건을 계기로 창설된 예비군은 지난 57년간 국가안보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전술훈련을 마친 예비군들이 교관과 함께 훈련 과정을 되짚으며 개선점을 공유하는 사후토의를 진행하고 있다.(육군 2작전사 제공)


특히 대한민국 면적의 70%에 달하는 광활한 책임 지역을 보유한 2작전사령부는 현역 부대만으로는 방어에 한계가 있어 예비군이 상당한 역할을 수행한다. 2작전사는 73만여 명의 예비군 훈련을 책임지며, 현재 14개의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훈련받은 김좌진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지난해 육군 최우수 예비군훈련부대로 선정될 만큼 훈련 실효성과 운영 역량을 인정받은 곳이다. 2작사는 2028년까지 김좌진훈련장과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과학화예비군훈련장 10곳을 추가로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다.
2작전사 동원처장 김도열 준장은 "과학화예비군훈련 체계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우리 군의 미래 지향적 변화의 상징"이라며 "앞으로도 정예 예비군 육성을 통해 튼튼한 국가안보 토대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