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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5-09-26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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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55)에게 박찬욱 감독은 어떤 존재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박 감독을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병헌은 할리우드 진출을 고민하던 2000년대 후반께 얘기를 했다. 당시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해보고 싶었던 이병헌은 성에 차는 작품이 들어오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그 중에서 미국인 매니저가 꼭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작품이 '지.아이.조'였다. 이병헌은 이 영화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아 출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고민이 돼서 상담을 한 사람이 두 분이었죠. 박찬욱 감독님, 김지운 감독님. 박 감독님은 그만큼 제게 어떤 고민이 있을 때 감독님이라면 어떻게 번호통합 할 거냐고 물어볼 수 있는 좋은 형입니다."
두 사람 인연은 2000년에 나온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시작됐다. 이 영화를 찍기 전까지 이병헌은 영화 4편에 나와 어떤 작품도 흥행시키지 못한 배우였고, 박 감독은 영화 2편을 속된 말로 말아먹은 감독이었다. 이병헌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박 감독과 인연을 얘기하며 "망한 배우와 원금균등상환과원리금균등상환 망한 감독의 만남이었다"고 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꾸만 망해서 패배를 눈 앞에 뒀던 9회말 투아웃에 극전인 반전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공동경비구역 JSA'은 580만명을 불러 모으며 이전 국내 영화 흥행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한국영화 전성기를 열었다. 이후 배우 이병헌은 승승장구하며 최고의 배우로, 박 월변일수 감독은 전 세계 영화인이 모두 인정하는 걸작을 수 차례 내놓으며 세계적인 거장이 됐다.
"감독님이 2022년에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미술관 아트+필름 갈라' 수상자가 됐을 때 제가 시상을 했어요. 그쪽에서 저한테 시상 전에 5분 간 영어로 스피치를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때 제가 '망한 배우, 망한 감독' 얘기를 처음 했습니다. 그 국민은행 예금금리 렇게 만나 만든 영화 'JSA'라고 하는 순간 장내에서 기립 박수가 터져나왔어요. 깜짝 놀랐죠.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싶었죠. 그게 저희의 스토리라면 스토리죠."



바로 그 '공동경비구역 JSA'를 함께 만든 두 사람은 그런데도 그간 함께한 적이 없었다. 2004년 '쓰리, 결혼중개업체 몬스터'에서 함께한 적이 있긴 하나 그땐 그 영화를 구성하는 중단편 영화 3편 중 하나였다. 그 세월을 지나 드디어 이들이 다시 뭉친 작품이 바로 '어쩔수가없다'(9월24일 공개)다. 이병헌은 박 감독의 출연 제안을 받고 대본이 채 완성도 되기 전에 합류를 결정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뤘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가 갑작스럽게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하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헌은 주인공 만수를 연기했다. 만수는 이 작품에서 사실상 모든 장면에 나올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가진 인물. 이병헌은 희극과 비극 그 중간 어디가에 그어진 선을 들락날락하는 듯한 절정의 연기력으로 세상의 어떤 일이든, 그것이 어떤 감정이든 다 이해하는 것처럼 연기한다. 그는 다시 '공동경비구역 JSA' 얘기를 했다.
"'JSA' 할 때 참 즐거웠습니다. 출연 배우들이 모여서 감독님과 마치 배틀하듯이 아이디어를 쏟아냈죠. 질보다 양으로 승부했습니다.(웃음) 감독님은 그때 참 잘 들어주는 분이었어요. 20여년만에 만난 감독님은 전혀 변하지 않았더라고요. 여전히 배우들의 얘기에 귀기울이는 분이었습니다. 다만 달라진 것도 있어요. 'JSA' 할 땐 제가 아이디어 10개를 내면 한 두 개가 채택이 될까 말까였는데, 이번엔 제 아이디어 채택률이 너무 높아졌어요. 감독님이 변한 건지 제가 세련돼진 건지 모르겠습니다.(웃음)"
이병헌은 '어쩔수가없다'를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작품이라고 했다. "감독님 영화에서 러닝 타임의 90% 이상에 해당하는 장면에 등장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어요. 아직 먼 얘기이긴 하지만 만약에 '어쩔수가없다'가 오스카 레이스에 합류하게 되면 감독님과 내년 초까지 계속 함께 일을 하게 되겠죠. 그것도 참 기분 좋은 추측이네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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