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릴게임신천지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장 [본인 제공]


문명의 구조적 전환기에 서다
인류의 역사는 완만한 직선이 아니라, 몇 번의 거대한 굴곡으로 표시된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처럼 문명의 방향 자체를 틀어버린 전환기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새로운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기술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인공지능(AI)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근본적인 차원의 문명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농업혁명은 인간을 수렵·채집의 유목 생활에서 정착과 도시 문명으로 이끌었다.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기술이 '잉여'(surplus)를 만들면서 계급, 국가, 종교, 문자와 같은 복잡한 사회구조가 탄생했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시간· 릴게임뜻 노동·생산의 의미를 완전히 재구성했다.
증기기관과 공장은 인간의 근육을 기계로 대체했고, 생산성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어서 20세기 후반의 컴퓨터와 인터넷이 촉발한 디지털 정보통신 혁명은, 인간에게 '연결된 세계'라는 전혀 새로운 생활환경을 제공했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금융, 소프트웨어, 플랫폼 산업이 백경릴게임 성장했고,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부(富)의 새로운 원천이 됐다.
21세기에 등장한 인공지능 혁명은 이들 변화와 닮은 듯하면서도, 한 가지 결정적 지점에서 다르다. 이전의 기술이 인간의 '근육'과 '기억'을 확장하고 보조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면, AI는 인간의 사고·판단·창작이라는 지적 능력까지 자동화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새로운 도구를 이 쿨사이다릴게임 용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인지 활동 일부를 대신 수행하는 새로운 종류의 '지적 기계'가 등장한 것이다.
더 근본적인 차이는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내부적으로 판단·선택하는 구조를 갖춘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의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자의식이나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데이터와 알고리즘, 강화학습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고 성능을 스스로 개선하는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술사적 의미는 크다.
인간이 일일이 규칙을 부여하는 대신, 시스템이 경험을 통해 최적해를 찾아가는 구조가 이미 금융, 물류, 의료, 자율주행 등에서 실용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 때문에 AI는 종종 핵무기와 함께 인류 스스로를 위협할 수 있는 기술로 거론된다. 핵무기는 그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하지만, 사용 여부는 전적으로 인간의 의사결정에 달려 있다. 통제권은 명확히 인간의 손에 있다. 반면, 인공지능 시스템은 표면적으로는 인간이 설계·관리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인간이 완전히 이해하거나 예측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대규모 언어모델과 자율주행 시스템,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에서 '예상 밖의 행동'이 보고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곧 기술 통제의 개념을 근본에서 다시 정의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처럼 AI 혁명은 새로운 도구의 등장이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과 '사회와 경제는 어떻게 설계돼야 하는가'라는 정치·경제적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사건이다.
'과도기'의 역설
우선 사회적 차원을 살펴보면, AI는 노동 구조를 재편하고, 사회 시스템을 재구성하며, 경제적 불평등을 새로운 방식으로 심화시킬 잠재력을 지닌다. 근대 자본주의의 기본 골격은 '노동-임금-생존'이라는 구조에 기반해 왔다. 사람들은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며, 이 과정이 다시 소비와 생산을 낳는 순환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자동화와 AI가 결합하면서 이 구조는 서서히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과 기계가 육체노동을 대체했고, 20세기 후반 컴퓨터가 단순 사무와 계산의 상당 부분을 맡았다면, 오늘날의 AI는 번역, 문서 작성, 코드 생성, 진단 보조, 금융 분석처럼 고도의 지식을 요구하던 영역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변호사, 회계사, 의사, 펀드매니저, 프로그래머 등 과거에는 자동화와 거리가 멀다고 여겨졌던 전문직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신기술은 언제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왔다. 자동차 산업이 등장하면서 마부와 마차공이 사라지는 대신, 운전사·정비사·디자이너·엔지니어가 나타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AI가 만들어 낼 새로운 일자리의 양과 질이, 사라지는 일자리를 보완할 수 있을지는 논쟁이 치열하다.
특히 문제는 '과도기'다. 기술 도입 초기에는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기존 인력을 줄이는 압력이 강하게 작동하지만, 새로운 직무와 교육·전환 시스템은 준비가 더디기 쉽다.
더구나 이번 변화는 저숙련 단순노동뿐 아니라 고소득 전문직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사회적 충격을 예고한다. 노동의 총량이 줄어들고, 특히 중간층 일자리가 축소되면, 자본주의의 근간인 임금 기반 소비 시스템이 흔들린다.
소득과 자산이 데이터·알고리즘·인프라를 소유한 소수에게 집중되는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 그 결과, 기본소득, 노동시간 단축, 데이터 배당, 사회적 배당 등 새로운 분배 메커니즘을 둘러싼 논의가 자본주의 내부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AI 시대의 문제를 '지금 내 일자리가 사라지는가'로만 묻는 것은 충분치 않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들에 더 가깝다.
"AI 이후의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
"노동이 줄어드는 시대에 경제 구조는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복지국가 모델은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융합돼야 하는가?"
기술이 가져올 생산력의 향상은 분명하다. 여러 경제 분석에서는 AI와 자동화가 선진국 기준 연 10% 안팎, 혹은 그 이상의 부가가치 성장을 장기간 견인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문제는 그 성장이 누구의 삶을 실제로 향상시키는가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성장하면 언젠가 아래로도 스며든다'는 낙수효과(trickle-down)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거대한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이 소수의 초거대 기업과 자본에만 집중된다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양극화와 사회적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
AI 혁명은 결국 '기술적 생산력의 폭발'과 '인간 노동의 구조적 축소'라는 두 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이다. 지금 우리의 선택과 준비에 따라, 이 과정은 인류의 삶을 전례 없이 풍요롭게 만들 수도, 반대로 다수의 인간을 불필요한 존재로 주변화시키는 디스토피아로 이끌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기술의 속도만이 아니라, 제도와 교육, 분배와 의미의 재설계를 함께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AI는 인류 문명의 다음 장을 여는 강력한 도구이자, 동시에 우리가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를 날카롭게 묻는 거울이다. (2편에서 계속)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 미국 컬럼비아대ㆍ오하이오주립대ㆍ뉴욕 파슨스 건축학교 초빙교수 역임 ▲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 현대자동차그룹 서산 모빌리티 도시개발 도시 컨설팅 및 기획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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