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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6세 아돌프(1882~1973)는 44세 왕세자 때인 1926년 10월 조선 땅을 밟았다. 왕세자빈 루이즈 마운트배튼과 함께였다. 10월 10일 구스타프 왕세자 부부는 경주 노서리 129호분에 도착해 신라 고분 발굴에 함께 참여했다.
봉황 무늬 장식을 단 금관이 출토됐다. 1921년 금관총, 1924년 금령총에 이어 나온 세 번째 신라 금관이었다. 노서리 129호분은 구스타프 6세의 발굴 참여를 기념해 스웨덴의 한자 표기인 서전(瑞典)과 금관 꼭대기에 부착된 봉황(鳳凰) 모양 장식에서 한 자씩 따 ‘서봉총(瑞鳳塚)’이라 이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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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6세(왼쪽) 서봉총 발굴 때 모습.


서봉총 금관은 발굴 한 달 만에 서울로 옮겨져 일반에 공개됐다. 1935년 9월에는 평양박물관에서 전시했다. 서봉총 발굴 책임자였던 일본인 고이즈미 아키오(小泉顯夫)가 평양박물관장으로 있었다. 서봉총 금관은 씨티은행 신용대출 옛 고구려 수도에 나들이 간 최초이자 마지막 신라 금관인 셈이다.
평양 전시 때 사건이 일어났다. 고이즈미는 9월 10일부터 일주일간 전시회를 시작하기 전 파티하는 자리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 서봉총 금관을 기생의 머리에 씌우고 금제 허리띠를 두르게 한 후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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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6월 23일자. 신라 왕관을 기생 머리에 씌우고 사진을 찍은 만행에 분개했다.


고이즈미는 “내가 발굴했던 금관을 이번 평양에 가져온 기회에 여자에게 씌우고 사진을 박여서 후에 발행할 책에 넣을 터인데 합당한 여자가 없어 기생 중에 한 사람을 택하려 한다 2억 대출이자 ”고 했다. 술자리에 불려온 평양 기생 5명 중 미인 차릉파(車綾波)가 선정됐다.
처음엔 아무도 모르게 별탈 없이 그냥 지나가는 듯했다. 고이즈미는 자리에 있던 기생에게 “세상의 오해가 있을 듯하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9개월 후쯤 지나 세상에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1936년 6월 23일 자에서 신라 금관을 머리에 쓴 차릉파의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사진과 사진을 찍게 된 경위를 자세히 보도했다. 제목에서부터 분노가 느껴진다.
‘무엄패례(無嚴悖禮)의 차난거(此亂擧)/ 기녀(妓女) 두상에 국보 금관/ 연구 명목 아래 불근신(不謹愼)한 희롱/ 평양박물관장의 대실태(大失態)’.(1936년 6월 23일 자 2면)
고이즈미 평양박물관장은 당시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에서 연구 자료로 쓰려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없었다, 내 자신이 발굴한 관계상 상세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 사람에게 실물을 씌워놓고 사진을 찍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보통 평양 여자들은 긴 치마를 입지 않기 때문에 기생을 택했다고 변명했다.



구스타프 6세와 서봉총 발굴 당시를 회고한 최남주씨. 1973년 4월 25일자.


구스타프 6세가 이 사건을 전해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서봉총 발굴에 대한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스웨덴은 의료지원단을 파견했다. 구스타프 왕세자는 이해 10월 68세 나이에 국왕으로 즉위했다. 그는 1951년 부산 야전병원에서 근무하는 스웨덴 간호사들에게 경주 교동 최부자 고택을 사진 찍어 오라고 특명을 내렸다. 1926년 서봉총 발굴 때 머물렀던 곳이었다. 구스타프 6세는 당시 사랑채에 묵었지만 금남 구역인 부엌과 안채를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구스타프 6세는 인연을 소중히 여겼다. 1926년 경주박물관에서 일한 청년 고고학도 최남주(1905~1980)와 스웨덴으로 돌아간 후에도 오랜 기간 편지를 주고받았다. 최남주는 비석 탁본이며 고미술품 복사본을 왕에게 보내주었고 왕은 그것들을 모아 전시실을 꾸몄다. 6·25전쟁으로 스웨덴 의료진이 한국에 파견될 때 구스타프 6세는 “경주에 들러 최남주를 만나고 서봉총도 찾아보라”고 권유했다. 서봉총은 그 후 스웨덴 외교관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1971년 최남주에게 스웨덴 왕실 최고 훈장인 바자훈장을 수여했다.



1994년 11월 17일 구스타프 6세의 손자인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은 고(故) 최남주의 아들인 최정필 세종대 고고학과 교수를 경주 서봉총에서 만났다. 1994년 11월 18일자.


인연은 후대에도 이어졌다. 1994년 11월 17일 구스타프 6세의 손자인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은 고(故) 최남주의 아들인 최정필 세종대 고고학과 교수를 경주 서봉총에서 만났다. 칼 구스타프16세는 서봉총 외에도 경주문화원에 선왕이 심었던 전나무를 둘러보면서 “선왕의 자취가 이렇게 잘 보전되어 있는 줄은 몰랐다”고 감격했다. 최 교수도 “선친이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겠느냐”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