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이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썼을 때 메리 셸리는 10대의 영국 청교도였어요.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연출한 지금의 저는 60대의 멕시코 가톨릭 신자란 점이 차이겠죠. 캐릭터와 끝맺음이 달라요. 저라는 사람의 시각을 많이 녹였습니다.”
19일 오전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기예르모 델 토로는 “영화를 얘기할 때 ‘필모그래피(연출작 리스트)’란 말을 쓰지만, 제가 만든 영화는 저의 ‘바이오그라피(전기·傳記)’라 할 수 있다”며 52주 적금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고전 반열에 오른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거대한 신화를 100년이 훌쩍 지나 15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의 영화로 재탄생시킨 연출 포인트가 자전적 경험과 삶의 고민에 있다는 뜻이다.
공상과학(SF) 문학의 효시로 불리는 <프랑켄슈타인>은 괴수(Monster) 이야기의 원조다. 1918년 당시 18세의 소녀 메리 셸리가 영국 경기저축은행금리 을 대표하는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과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영감이 떠올라 써낸 소설이다. 광기에 물든 인간이 금기를 깨고 사체에 생명을 부여하는 욕망의 폭주가 낳은 흉측한 괴물의 비극을 다룬 줄거리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다. 소설, 연극, 만화, 뮤지컬 등 시대를 거쳐 다양하게 각색되고 변주돼 왔기 때문. 특히 호러, SF 등의 주제를 단 장르영 자동차 제조 화로 리메이크돼 수없이 많은 관객과 스크린을 통해 만났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제공


이런 이유에서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우려를 샀다. 이미 완성된 세계에서 더 이상 신선한 시흥광명보금자리 게 있겠느냐가 그것이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거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만큼, 2025년에 걸맞은 화려한 색감, 블록버스터적 사운드로 단조로운 스토리텔링을 덮지는 않을까란 걱정이다. 동시에 기대감도 피어올랐다. 메가폰을 쥔 감독이 기예르모 델 토로란 점에서다. 그가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환상과 현실을 교차하는 문학 장르를 꽃 피운 라틴아메리카에서 할리우드 명절 상여금 로 건너와 섬뜩한 크리쳐(괴수)를 앞세운 호러 판타지 연출로 장르영화의 거장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켄슈타인’은 월드프리미어로 첫선을 보인 지난달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약 13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전날 아이맥스(IMAX) 포맷 프리미어로 선보인 BIFF에서도 300여 명의 관객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괴물과 인간의 경계에 선 한 존재의 정체성과 정서적 서사,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인 동시에 창조주와 피조물인 빅터와 괴물이 쓰는 관계의 드라마가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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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 스틸컷 / 사진출처. ©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이 비결로 델 토로 감독은 이날 “메리 셸리의 원작에 저의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든 작품”이라고 연출 비결과 관람 포인트를 밝혔다. 그는 “만들어지고, 내버려졌다는 점에서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마치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영화는 저와 아버지 간의 관계를 담은 우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에선 아들(괴물)과 아버지(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관계와 그 사이의 고통을 다룬다”며 “젊은 시절 아버지와 나의 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나이가 들고 자식이 생기고 나서야 아버지란 존재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이 친숙하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깝지만 먼’ 부자지간은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주요 흐름 중 하나이기 때문. 실제로 델 토로는 “(전작인) ‘피노키오’에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나온다”면서 “‘프랑켄슈타인’에선 괴물이 처음으로 햇빛을 보면서 세상을 받아들이는데, 이건 ‘헬보이’에서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델 토로는 자신의 삶의 궤적과 문화적 배경도 작품에 자연스럽게 노출됐다고 밝혔다. 천사와 악마라는 가톨릭적 상징이 등장하는 점이나 극 중 엘리자베스(미아 고스)의 입을 빌려 힘없는 젊은이들이 전쟁에 내몰려 실존적 위협을 겪지만, 전쟁을 일으킨 기득권은 그 본질적 공포를 피상적으로 밖에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피력하는 대목이 그렇다. 델 토로는 “주제적으로 소설에 없던 것들을 다루려 했다”면서 “전쟁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 부자간의 스토리, 성경에서 따온 카톨릭적 상징 요소가 영화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제공


델 토로는 무엇보다 지금껏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괴물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영화의 괴물이 다친 인간을 응급실에서 꿰맨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품은 신생아 같은 모습으로 보이길 원했다”면서 “머리와 몸의 선을 골상학의 참고해 해부학적으로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에 나오는 의상과 세트 등 모든 디자인이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면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 9개월간 영화의 미술 소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2025년에 새롭게 태어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은 어떻게 봐야 할까. 델 토로는 “불완전함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라고 압축했다.
“지금 우리는 모든 걸 이분법적으로 생각해요. 100%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하지만 우리는 그 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아침엔 성인이지만, 저녁엔 악인도 될 수 있어요. 오후 두 시엔 아버지였다가 다섯 시엔 또 다른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거죠. 우리는 이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용서할 줄 알아야 해요. 이 영화에서 괴물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대변하는 동시에 비범함을 드러내요. 불완전함의 상징이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창인 거죠.” 영화는 오는 11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부산=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