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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6월 시중은행 앱을 통해 마이너스 대출 700만원, 예금 담보 대출 4500만원 등 총 5200만원이 실행돼 외부 계좌로 빠져나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누군가가 A씨 개인 정보를 탈취해 위조 운전면허증을 만들어 알뜰폰을 개통하고, 모바일 뱅킹에 가입해 돈을 빼낸 것이다. 이달 초엔 개인 신용카드 정보를 빼돌린 뒤 삼성페이처럼 모바일 간편 결제에 쓰이는 NFC(근거리 무선 통신) 결제를 통해 30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잡혔다. 이들은 스미싱(문자메시지를 통해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거나 개인 정보, 금융 정보를 탈취하는 사기 수법)으로 신용카드 정보를 탈취했고, 위장 가맹점을 만들어 허위 매출을 만드는 신종 수법을 사용했다 드림론대출 . 한 번에 5만원 이하 소액 결제를 반복했고, 결제 횟수가 7만7000여 차례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픽=박상훈


국민 정보와 돈이 줄줄 새고 있다. 지금까지 해킹은 금융회사나 통신사 같은 기업을 대상으로 개인 정보를 버섯 빼내고, 이를 활용해 금융 범죄로 이어지는 방식이었는데 이번 KT 사태처럼 직접 통신망을 통해 개인까지 타깃으로 하고 있다. 보안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 정보 유출을 넘어 잠든 사이 내 통장에서 돈이 사라지는 직접적인 금융 범죄가 급속히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KT는 18일 “피해 고객 수가 애초 278명에서 362명으로 공평저축은행 , 피해 금액은 1억7000여 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범죄에 사용된 불법 초소형 기지국도 2개에서 4개로 늘었다. 불법 초소형 기지국의 신호를 수신한 고객도 1000명 늘어난 2만명으로 집계됐다. 회원 960만명을 보유한 롯데카드는 이날 외부 해킹 공격으로 297만명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28만명은 유 미국 자동차 회사 출 고객 정보로 카드 부정 사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고객”이라며 “유출 정보 범위는 카드 번호, 비밀번호, 유효 기간, CVC 번호 등”이라고 했다.



박성원 기자 고개 숙인 롯데카드 18일 오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롯데카드 해킹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 미국 통신요금 견에서 조좌진(왼쪽에서 넷째) 롯데카드 대표 등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롯데카드에서 해킹으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본 고객 수가 297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카드 대주주는 지분 60%가량을 소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진화하는 해킹 범죄에 맞서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보안 대책도 서둘러야 하겠다”며 “해킹 피해 최소화를 위한 근본적인 종합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킹 사건에 대한 대책을 주문한 건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인증문자도 안왔는데 소액결제… 자전거 빌리다 개인정보 ‘탈탈’
해킹 범죄는 빼돌린 개인 정보와 금융 정보를 이용해 피해자 명의 대포폰을 개설하고 수천만 원 불법 대출로 이어지는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KT 해킹 사태처럼 악성 앱이나 악성 코드가 휴대폰에 설치되지 않았는데도 결제가 진행될 정도로 수법도 고도화했다. KT 해킹 사태의 경우 불법 소형 기지국(펨토셀)을 사용한 것까지만 밝혀졌고, 어떤 방식으로 소액 결제가 이뤄졌는지 정확한 수법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보안 업계에선 통신 전반은 물론이고 네트워크 구조와 결제 시스템을 꿰는 다방면 전문가 집단이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선 신호를 가로채고 암호화된 정보를 해독하는 기술을 갖춘 조직적 범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안 업체 관계자는 “기술적 역량을 갖춘 해커라면 신용카드 결제, 간편 결제 시스템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누구든 어디서든 털릴 수 있어
돈을 탈취하는 해킹 수법은 기술 발달과 더불어 고도화되면서 피해 대상은 확대하고, 피해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공인인증서·신분증·사진·은행 앱·간편 결제 비밀번호 등 모든 금융 정보가 있는 ‘디지털 금고’인 스마트폰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최근엔 ‘큐싱(Qshing)’ 피해가 국내외에서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따릉이 같은 공유 자전거 QR코드 위에 가짜 QR코드를 부착해 놓은 다음 이용자가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악성 피싱 사이트로 연결되어 개인 정보가 털리는 식이다. 서울시가 따릉이 이용자들에게 QR코드 진위 확인에 주의해야 한다고 공지했을 정도로 일상에서 확산하는 추세다. 공공장소의 벽면에 붙은 각종 광고물과 보고서에 담긴 일부 QR코드에도 큐싱의 덫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서울 시내 한 따릉이 대여소의 모습. 최근 따릉이 같은 공유 자전거 QR코드 위에 가짜 QR코드를 부착해 놓은 다음 이용자가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악성 피싱 사이트로 연결해 개인 정보를 탈취하는 ‘큐싱(Qshing)’ 피해가 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뉴스1


삼성페이나 애플페이 등 모바일 간편 결제에 사용되는 NFC 기술을 악용한 금융 범죄도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NFC 결제는 스마트폰에서 결제 단말기로 무선으로 카드 정보를 전송해 결제한다. 실물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하지 않았는데도 스마트폰의 NFC 결제 기능 활성화로 생성되는 결제 정보를 실시간으로 가로채 부정 결제하는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금융보안원은 NFC 결제 정보를 탈취해 악용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휴대폰 유심 정보를 탈취하는 ‘심(SIM) 스와핑’ 방식도 있다. 해커가 피싱으로 확보한 피해자 이름이나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로 인증 절차를 통과하고 새 SIM으로 복제폰을 만들어 피해자 계정을 완전히 가로채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해커 폰으로 피해자의 전화, 문자가 오고 이를 이용해 간편 결제 등 피해자 계정의 비밀번호를 초기화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위조 신분증을 악용한 명의 도용은 피해자 명의 휴대폰 개통과 공인인증서 발급 등으로 금융 계좌에 직접 접근하는 방식이다. 작년 군 복무 중이던 방탄소년단 정국, 수감 중이던 재력가들이 이런 피해를 입은 사실이 알려졌다.



그래픽=양진경


◇해킹 피해 막으려면
무단 소액 결제 피해를 예방하려면 휴대폰 소액 결제를 아예 차단하거나 한도를 최소 금액으로 낮추는 방법이 있다. 통신사 고객센터와 전용 앱을 통해 소액 결제 내역을 확인하고 서비스 차단을 신청할 수 있다. 카드사 앱의 결제 내역 실시간 알림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결제 내역을 즉시 확인할 수 있고 앱으로 푸시 알림을 주다 보니 불법 기지국이 알림을 가로채기 어렵다. 해외 결제가 필요 없을 때는 해외 결제 서비스를 차단해 놓는 것도 좋다. 대부분의 해킹이 해외 PG사(전자 결제 대행 업체)를 거치기 때문이다.
본인 모르게 통신사에 가입됐거나 개설된 계좌가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엠세이퍼 명의 도용 방지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핸드폰이 개통되는 것을 막고, 본인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나 유선전화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올크레딧’ ‘나이스지키미’ 같은 신용 정보 무료 조회 서비스를 통해 본인 모르게 개설된 계좌나 대출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소액 결제 피해 사고 관련 2차 피해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소액 결제 취소 및 환불’ ‘피해 보상’ 등을 가장한 불법 스팸 문자가 유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보이스피싱 전화를 거절하고, 스미싱을 차단하는 수준으로는 금융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