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외교·안보 이슈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리허설 무대가 최근 열렸다. 지난 10월 27일 경북 경주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다. 한·미·일 리더는 저마다 실용·거래·안보라는 서로 다른 외교 철학을 내세워 치열한 협상에 나섰다. 중국·중동·유럽 등 주요국도 글로벌 경쟁 구도가 심화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APEC 이후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간 철학이 충돌하며 내는 파열음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2026년 한국은 어떤 외교 전략을 마련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다층적·다변화된 전략으로 외교와 바다이야기슬롯 안보 지형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5 APEC 정상회의는 2026년 외교·안보 이슈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리허설 무대로 평가된다. 사진은 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3층 본회의장. (경주시 제공)

바다신릴게임

한미 동맹, 더 이상 ‘고정 해답’ 아냐

日 보수 강화·中 군사 부상 속 줄타기
한국과 미국 사이 전통적 동맹 구도는 이미 크게 달라졌다.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는 ‘거래형 외교’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여타 국가와의 동맹을 신뢰가 아닌 가격으로 환 오션파라다이스예시 산하기 시작했다. 정치·외교·안보를 넘어선 경제까지 포함한 ‘종합 딜’을 요구한다. 줄 건 먼저 주고, 받을 건 확실히 받는 방향으로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정부와의 원활한 협상 배경에는 한국이 미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국방비 증액 카드를 선 제시한 것이 유효했다. 한미 조 릴게임종류 선 협력도 대미 협상 레버리지(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트럼프정부 협상 요구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는 한미 원전 협력도 대미 레버리지 카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과 일본 관계는 사나에 다카이치 총리 취임으로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아베 노선’을 계승하는 강경 보수로 알려졌지만, 오히려 한국과 공조를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2기 체제에서 일본은 한국과의 협력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단, 양국 관계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역사 문제, 영토 갈등 등 민감한 이슈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과의 외교는 전략적 공동이익을 기반으로 한 실용 노선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공중급유기 지원 거부 같은 갈등 사례는 협력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과의 외교 전략 역시 중대 국면을 맞았다. 미중 기술·안보 패권 경쟁이 격화하며 한국은 어느 한쪽도 놓칠 수 없는 외교적 딜레마에 놓였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중국 군사력 증강이 미국 내 우려를 키우는 중이다. 중국의 2027년 대만 침공설이 계속 힘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로서는 더욱 정교한 ‘줄타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주한미군 역할 확대가 중국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2027년 시진핑 4기 정부 출범과 인민 해방군 창군 100주년이라는 중대한 정치적 이벤트를 앞뒀다. 2026년은 그 준비 시기”라며 “창군 100주년을 계기로 군사 현대화와 첨단 무기 개발이 더 가속화되며 미중 긴장 구도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6년은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미 회담, 기회일까 위기일까

한국 대응 대화·억지 병행이 답
2026년은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대화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내년 3월 한미연합훈련 이후가 한반도 정세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상회담 외교 부활이 임박했다고 전망한다.
이성윤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202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10월이 노벨평화상을 노리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라며 “지금부터 북미 관계 물꼬를 튼 뒤, 2026년 상반기 중 공동성명 채택을 목표로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북미 회담 재개는 한국에 기회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적 중심 외교를 펼칠 경우, 한국은 미국과 북한 관계에서 배제된 채 주변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내년 북한을 대하는 한국의 전략은 기존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대화’냐 ‘억지’냐를 가르지 않고 유연하고 복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대화를 거절하고 도발을 한다면 당연히 억지를 해야겠지만 동시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형태가 돼야 한다”며 “그동안 진보 정부는 무조건 관여, 보수 정부는 억지만 중시했기 때문에 대북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유연한 대북 정책을 위해선 정부 부처 간 협업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길주 교수는 “통일부가 국방부 메시지를 내거나 국방부가 통일부와 같은 메시지를 내면 협업이 아니다”라며 “국방부는 억지에 집중하고, 통일부는 한반도 긴장 완화에 매진하는 식으로 임무 분담 개념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3지대 외교 전략에도 재조정이 요구된다. 중남미와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권역은 전략 자원 확보와 경제 시장 다변화 차원에서도 필수적인 외교 대상이다. 신율 교수는 “세계 경제가 블록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 중심 블록에 속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인도 같은 인구 대국이나 중남미, 인도네시아 등 제3지대 국가와의 협력도 시장과 자원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6년 외교·안보 5대 과제
확장·다층 외교로 외연 넓힐 때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2026년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전략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첫째, 한미 원전·방산 협력의 전략화다. 한미 조선 협력처럼, 원전·방산 기술을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내놓을 필요가 있다. 둘째, 한일 셔틀 외교 정례화다. 갈등 요인을 단기적으로 억지하기 위해 장관급 대화를 확대하고, 실무 협력을 늘리는 방식이다. 셋째, 북핵 억지와 대화 병행이다. 억지를 전제로 하되, 대화를 위한 플랫폼을 유지해야 협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는 확장 외교다. 중남미, 인도, 중앙아시아 등 주요국과의 외교를 통해 경제·자원·외교 다변화를 이뤄야 한다.
마지막 키워드는 ‘다층화’다. 더 이상 대미 동맹, 일본과 협력만으로는 복잡한 국제 질서를 감당할 수 없다는 평가다. 기존 자강(自强)과 동맹, 여기에 연대까지 고려한 복합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반길주 교수는 “현재 안보 환경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장을 넘어 기본적인 국제 질서가 흔들리며 과도기에 직면한 상태다. 기존 동맹 공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기존 자강·동맹이라는 2축 구조에서 자강·동맹·연대의 3축 구조로 전략을 다층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4호 (2025.11.12~1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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