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식사할 때 단백질을 챙겨 먹는 것이 낯설지 않은 문화가 됐다. 주변 편의점에서 초콜릿, 고구마, 딸기 등 다양한 맛의 단백질 음료를 손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비릿한 맛’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다. 국내 단백질 제품 대부분이 대두나 유청 단백질을 원료로 하기 때문이다. 콩이나 우유에서 유래한 단백질은 특유의 향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



정광호 라이스밸류 CTO(좌측)와 진봉균 라이스밸류 대표(우측).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미무취’의 쌀 부산물로 단백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있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식품과학기술위원, 청원생명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연구소장을 거친 정광호 CTO가 설립한 ‘라이스밸류(Rice Value)’다.
“어르신들이 씹는 게 어렵거나 입맛이 없어서 식사를 거르는 경 우가 많아요. 그때 단백질 영양보충제를 드시지만, 우유에서 추출한 유청단백질의 비린 맛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죠. 식사가 곧 건강과 직결되는 어르신 세대에게 더 친숙한 재료로 단백질 식품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라이스밸류의 핵심은 쌀 도정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미강(쌀겨)’이다. 미강은 영양 성분이 풍부하지만 산패가 빨라 식품 원료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라이스밸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기술인 SCR(Separation·Concentration·Refining) 공정을 개발, 미강에서 고순도의 단백질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는 원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청원생명농협 등 3곳과 협약을 맺어 미강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쌀엿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쌀부산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직접 쌀엿 제조에도 나섰다.



“업사이클링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원료 수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이에요. 라이스밸류는 원료 수급부터 냉동·냉장 보관, 일괄 처리까지 전 과정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현재 라이스밸류 는 순도 80% 이상의 국산 쌀 단백질 분말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1㎏당 1만2000원대로 수입산 대두 단백질(1㎏당 약 1만8000원)보다 저렴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현재는 단백질 원료를 식품 제조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 쌀 단백질 음료, 단백질바, 단백질 강화 쌀, 쌀 아이스크림 등 제품 다변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국내 단백질 식품 시장의 규모는 2025년 기준 4500억원 규모다. 이 중 단백질 원료 시장은 약 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정 CTO는 “수입 단백질 대체에 대한 필요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국내 단백질 원료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라이스밸류는 씨엔티테크로부터 식물성 단백질 생산 가능성을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올해는 민관공동창업자발굴육성(TIPS) 지원사업에도 참여했다.
정 CTO는 식량 자원으로서 ‘쌀의 활용성’을 강조했다. “쌀을 밥으로만 소비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쌀을 기능성 소재로 바라봐야 합니다. 식량 안보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국산 원료 기반 단백질은 지속 가능한 산업의 핵심 자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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