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소 50% 또는 53%, 최대 60%까지 줄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안을 6일 공개했다. 최종안은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유엔에 제출된다. 김성환 장관은 “시민사회는 전 지구적인 책임과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면서 최소한 61% 이상, 의욕적으로는 65%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했지만 산업계는 48% 감축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한다”며 복수안을 낸 배경을 설명했다. 환경단체와 산업계의 주장을 절충한 고육책임을 토로한 것이다. 최종안이 어느 쪽이든 문재인 정 부와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40% 감축(2030년 NDC) 목표보다 하한 기준으로 10~13%포인트 상향됐다.
현재 유엔은 ‘탄소 중립’(순배출량 0) 달성 시점을 오는 2050년으로 정해놨지만, 구체적인 감축 목표·방법 등에 대해선 회원국마다 자국 사정에 맞게 설계토록 했다. 국가별로 산업 구조, 기술 역량, 경제력 등이 다른 상황임을 감안한 것이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처럼 전력 소비가 많은 국가에선 NDC를 설정할 때 ‘탈(脫)탄소 기술’ 개발을 전제로 감축 목표를 세운다. 당장 산업 구조를 바꿀 수는 없는 만큼 화석연료를 저탄소나 무탄소로 바꾸는 데 필요한 신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더디기만 하다. 철광석에서 철을 만들 때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공법(수소 환원 제철)은 2037년 이후에야 단계적 상용화가 가능하다. 전기·수소차 전환도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거북이걸음이다. 무탄소 에너지인 원전의 확충도 현 정부의 신중론으로 속도가 느리다. 온실가스 50%를 원전으로만 감축할 경우 60기를 새로 지어야 한다는 추산도 있다. 산업·수송·건물 부문의 탈탄소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데, 전 력 부문까지 원전을 배제하면 2035년 NDC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럽연합(EU)의 탄소세라는 무역장벽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고속도로’ 등 전력망 확충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빠르게 가져간다는 정부의 구상은 타당하다. 문제는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론은 자칫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위상을 허물 수 있다는 점이다. 내 년부터 2030년까지 철강·정유·시멘트·석유화학 18개사가 감당해야 할 탄소 배출권 구매비용이 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안그래도 관세쇼크와 중국발 저가공세로 휘청이는 와중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 1, 2국인 중국과 미국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 NDC를 걷어차는 형국이다. ‘상업적 합리성’을 중시하는 실용정부라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