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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군은 전선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닦달을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비(非)무장화' '비나치화' 한다는 명분으로 이른바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했다. 친러 성향 주민이 많은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을 흡수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를 축출하는 게 목표였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미국, 우크라이나와 평화 회담에 나서려면 침공 목표를 달성했다는 국내용 명분이 필요하다. 미국-러시아 회담이 공전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장에선 접전이 벌어지는 배경이다. 

러시아군 일선 부대의 현대캐피탈 중도상환 보급 체계는 재정난과 극심한 부정부패로 완전히 망가졌다. 이에 러시아군 부대는 대부분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상부의 압박 때문에 일선 지휘관들은 무리를 감수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군 방어선을 두들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욕심을 낸 돈바스 지역 중 러시아군이 아직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도네츠크주, 드네프르 모집인들이 강 동쪽 자포리자 지역에 공세가 집중되고 있다. 

다급해진 푸틴, 러시아군 대공세 명령최근 1년 동안 러시아군은 소대·분대 단위로 산발적인 공격만 시도했다. 극심한 보급난으로 대규모 부대를 동원해 공세 작전을 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전선에서 촬영된 교전 영상을 보면 러시아군은 10명 정도 병력이 오토바이, 자 은행 순위 전거를 탄 채 돌격한다. 물론 러시아군 지휘관들도 이 정도 소규모 공격으로 유의미한 전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일부 지휘관은 보충병과 물자를 최대한 모아놨다가 한꺼번에 투입하기도 한다. 그래 봐야 중대 혹은 대대급 정도 공세가 한계였다. 그런데 최근 푸틴 대통령의 급한 마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러시아군은 대규모 공세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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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은 10월 13일(이하 현지 시간) 그간 지리멸렬하던 소규모 공격에서 벗어나 대규모 공세를 펼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년 넘게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도네츠크 지역의 격전지 포크롭스크가 타깃이었다. 러시아군은 9월 우크라이나군의 실수에 힘입어 포크롭스크에서 16㎞ 길이의 돌파구를 만들었다. 우크라이나는 한 달 동 주택금 안 이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조금씩 몰아내는 데 진땀을 뺐다. 러시아의 10월 13일 공세 목적이 바로 이 돌파구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군 분석에 따르면 2023년 10월 아우디이우카 대공세 이후 2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번 공세를 위해 러시아는 제150근위차량화소총사단 최정예 전력인 제163근위전차연대를 중심으로 여단급 공격부대를 편성했다. 100여 대의 전차와 장갑차, 트럭이 포크롭스크 동북부 방면으로 축차 투입됐다. 방어선을 지키는 부대는 우크라이나군 제33기계화여단과 제71예거여단이었다. 두 부대 모두 지난 2년 동안 거의 휴식을 취한 적이 없어 만신창이 상태였다. 그런데 반전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이 2년 만에 감행된 러시아군의 여단급 기갑부대 공세를 별다른 피해 없이 저지한 것이다. 



10월 13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포크롭스크 공세 당시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촬영된 러시아 전차. 이 전차는 방어용 구조물을 갖췄음에도 자폭 드론 공격에 파괴됐다. 우크라이나군 제공



러시아 전차·장갑차 파괴될 때까지 드론 공격공세 초반 러시아군은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우선 다수의 오토바이와 드론이 먼저 투입돼 정찰 활동을 펼쳤다. 그 후 중·소대 단위로 분산 기동을 실시하는 등 막무가내로 달려들던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러시아군 기갑차량을 맞이한 것은 지천에 깔린 지뢰였다. 우크라이나군은 차량과 지상 로봇, 드론을 이용해 밤낮으로 방어선 전면에 대전차 지뢰를 매설했다. 지뢰에 피격된 차량들 때문에 러시아군 부대의 이동이 느려지면 우크라이나군 포탄과 1인칭 시점(FPV) 드론 공격이 쏟아졌다. 러시아군 기갑차량은 이른바 '터틀 탱크'로 불리는 방어용 구조물을 차체에 감싸고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승하차를 위해 비워둔 작은 틈새로 드론이 날아든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전차나 장갑차가 완전히 파괴될 때까지 같은 표적에 드론을 연달아 날렸다. 드론 재고가 풍족한 덕분이다.
해당 전투에서 러시아군의 기갑장비 손실은 전차와 장갑차를 합쳐 30대 정도로 보인다. 필자가 우크라이나군 측이 공개한 교전 영상을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다. 이번 공세에 투입된 러시아군 기갑장비의 30%가 파괴된 것이다. 군사학에서는 이 정도 피해를 전력 보충 및 재편성 없이는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파괴(destruction)' 상태로 본다. 러시아군이 2년 동안 이를 갈며 야심 차게 준비한 대규모 공세가 반나절 만에 우크라이나군 방어선에 흠집도 못 내고 실패한 것이다. 
도네츠크에서 실패한 러시아는 일주일 뒤인 10월 20일 대대급으로 규모를 키운 기갑부대를 동원해 설욕에 나섰다. 이번 목표는 자포리자였다. 공격에 투입된 부대는 제42근위차량화소총사단 예하 제71차량화소총연대였다. 2023년 여름 서방제 전차와 장갑차를 앞세운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저지한 정예부대다. 러시아군은 전차·장갑차 26대를 비롯한 다수의 차량과 1000여 명 병력으로 말라 토크마치카 마을을 공격했다. 방어를 맡은 부대는 우크라이나군 제118기계화여단이었다. 
러시아군은 10월 20일 오후 2시 로보티네 동쪽에 있는 격전지 베르보베를 공격 개시선 삼아 차량 30여 대를 연이어 투입했다. 이 공격도 드론과 오토바이를 이용한 정찰로 시작됐다. 이후 벌어진 전투 양상도 포크롭스크 전투 때와 똑같았다. 차종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방어용 구조물을 붙인 러시아군 기갑장비는 지뢰에 발이 묶였고, 박격포와 드론 공격에 궤멸됐다.
당초 방어선 뒤에 숨어 포격과 드론 공격만 하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무너지자 T-72M1 전차로 섬멸전에 나섰다. 제118기계화여단은 전투 당일 오후 8시 '상황 종료'를 선언하고 "6시간 동안 이어진 전투에서 러시아군 전차 2대, 장갑차 20대, 트럭 4대와 다수의 오토바이·버기카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추정한 러시아군 사상자는 300~400여 명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단 1명의 사상자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방어선 뒤에 숨어서 싸운 덕분이기도 하지만, 소탕전에 나선 전차 역시 단 1대도 피격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 사상자 0명이번 러시아군의 공세 실패는 기갑부대가 현대 드론 전쟁에서 얼마나 무기력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사실 규모만 차이 날 뿐,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 모습이기도 하다. 이번 전투처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일방적으로 격파하는가 하면, 그 반대 상황도 매일 벌어진다. 양측은 상대편 지뢰와 드론에 맞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공세 작전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군사용 드론의 급속한 확산으로 현대전은 '방패'가 '창'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드론과 지뢰, 포병 화력이 결합해 구축한 방어선은 세계 최강이라는 한국 K2 전차로도 뚫기 어렵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압도적인 항공 화력과 전자전 능력으로 전장을 제압한 뒤 드론 재머와 능동방어장치(APS), 반응장갑으로 도배된 전차를 동원해도 쉽지 않다. 전통적인 편성과 능력을 갖춘 기갑부대로 지뢰·드론·포병 합동 방어선을 돌파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전차와 장갑차의 군사적 가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든 전투에는 공격자와 방어자가 있다. 지뢰·드론·포병으로 적 차량과 보병을 타격해 파괴할 수는 있어도, 진지나 거점을 장악해 깃발을 꽂을 수는 없다. 옛 소련군에는 "핵무기와 미사일이 아무리 발달해도 적의 정치·경제 심장부에 깃발을 꽂는 것은 결국 지상군"이라는 말이 있다. 드론 전쟁 시대에도 지상군, 특히 높은 기동성과 충격력을 갖춘 기갑부대는 꼭 필요하다. 전쟁사는 곧 무기 발전의 역사다. 이제 지뢰·드론·포병 조합이라는 방패를 뚫을 새로운 창이 등장할 때가 된 것이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는 새로운 창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지뢰를 찾아 파괴 또는 무력화하는 '지뢰 제거 로봇'이 보급되고 있다. 로봇이 지뢰를 식별하면 로봇팔로 집어서 옮기거나, 탑재된 총기 및 폭발물로 타격해 지상군의 통로를 만든다. 크기가 작은 데다 소음도 적어 잘만 운용하면 적군 모르게 지뢰 지대를 무력화할 수 있다. 



미국의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탤런’. 최근 지뢰 위협으로부터 기갑부대를 보호하는 무인 무기체계가 각광받고 있다. 뉴시스



이동식 고출력 극초단파 무기로 드론 무력화지뢰 다음으로 돌파해야 하는 드론 공세는 어떻게 막을까. 드론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APS를 개량하는 것이다. 소형 레이더가 부착된 APS는 차량을 향해 날아오는 위협이 식별되면 요격탄을 발사해 격추하는 장치다. 그러나 현재 APS는 대부분 적 대전차 로켓이나 미사일 같은 고속 표적 대응에 특화돼 있다. 느린 속도로 날아오는 드론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APS 소프트웨어를 개선해 저속으로 접근하는 표적에 대한 요격 능력을 부여해도 '가성비' 문제가 남는다. 기갑차량에 달려드는 드론 여러 대를 전용 요격탄으로 하나하나 격추하는 것은 효율이 낮다. 그런 점에서 필자가 고안한 아이디어가 산탄총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다. 최근 실전에서 FPV 드론 요격 수단으로 성능이 입증된 산탄총에 레이더와 사격통제장치를 연동하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과제는 포병 극복이다. 오늘날 포병 사격은 대부분 드론을 '눈' 삼아서 이뤄진다. 정밀 포격을 막으려면 전장 상공의 적 드론부터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드론을 잡을 '창'은 이동식 고출력 극초단파(HPM) 무기다. HPM 무기는 출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3㎞ 범위의 전자장비를 무력화할 수 있다. 지상부대 투입에 앞서 전장 상공에 광범위한 HPM 무기 공격을 가하면 드론 제압이 가능하다. 이런 HPM 무기는 소형 픽업트럭에도 얹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갑부대가 지뢰·드론·포병 방어선을 뚫어내는 묘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첨단 기갑장비 수출 확대를 꾀하는 한국도 글로벌 방산시장의 최신 동향에 맞춰 새로운 '창'을 개발해야 할 때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