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김임수·이태준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망 마비 후 첫 평일인 29일 전국 화장시설 예약 서비스인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접속이 막혀 유족과 장례식장 직원들은 화장을 예약하기 위해 화장장에 일일이 전화를 돌리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쿠폰 선불카드 발급 받으러 왔어요. 화재 때문에 오늘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다행히 잘 발급됐습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70대 여성 유아무개씨는 9월29일 오후 시사저널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곳 주민센터에서 만난 30대 남 농협대출 성 이아무개씨는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 방문했다"라며 "무인발급기가 먹통이라는 기사를 보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별 문제없이 처리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된 후 맞은 첫 평일인 이날, 전국 주민센터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초유의 전산망 마비 사태에 평소보다 많은 민원인이 방문할 것을 대 주택담보대출 상품 비해 많은 곳에서 1시간 일찍 출근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부 주민센터는 업무 개시 시작 전 무인발급기가 먹통인 사실을 확인하고 정상 작동하는 다른 주민센터를 수소문, 이를 안내하는 문구를 붙이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오전 한시적으로 무인발급기에서 문서 출력이 안 되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면서 "지금 시간(오후 중고차량담보대출 2시) 기준으로 대략 회복이 돼서 근무에는 이상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기자가 오후 2시 때 무인발급기를 통해 주민등록초본을 떼본 결과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다만 현재도 모바일 신분증 발급이나 수수료 대상자 확인 서비스 등 일부 서비스는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다. 방배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모바일신분증 발급이 안 되고, 해외 투탑 출·입국 신고 등 일부 장애가 있지만 대다수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주민센터에 전산 장애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는 모습. ⓒ김임수 기자


주민센터는 하루 만에 제자리를 자영업자서민대출 찾아가는 모습이었지만 정부의 다른 서비스는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국 화장시설을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접속이 막히면서 정국 장례식장과 상조회사들은 전화와 팩스를 통해 화장시설에 빈자리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해외 입출국과 관련된 업무도 막혀 출장이나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이 관련 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소상공인 금융지원 전문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도 비대면 보증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관련 문의가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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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12시 기준 장애가 발생한 647개 시스템 중 62개 시스템이 복구됐다고 전했다. 전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국정자원 5층 전산실의 경우 전산장비 740대와 배터리 384대가 전소되면서, 온나라문서·정부24·국민신문고·복지로·나라장터 등 핵심 시스템 96개가 마비된 상태다. 96개 시스템은 대구센터로 이전 복구하는 데 약 4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중대본은 밝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대구센터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최대한 신속히 대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국정자원 화재 관련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대전경찰청은 2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뒤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에 나선 상태다.
전담수사팀은 불이 난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한 이유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관리상 문제나 안전조치가 미비했는지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화재 원인이 된 UPS용 배터리는 제조사가 권장한 사용기간인 10년을 1년가량 넘긴 상태였다고 한다. 다만 정기점검 때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관리자 부실 책임도 따져볼 계획이다. 화재는 UPS용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작업 실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시설 관리를 맡은 KT 측의 관리 부실 여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산망 서버 화재 대응에 관한 미온적인 대책을 질타했다. 특히 3년 전 카카오 서버 화재 때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이후 기업에 '데이터센터 간 이중화'를 요구했던 정부가 정작 대국민서비스에 대해서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존 서버 셧다운 시 백업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었던 것인지, 백업 서버가 있었으나 즉각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3년 전 민간 기업을 질타했던 정부가 정작 자신들은 엄격한 매뉴얼이 없어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준 측면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그러면서 "이번에 면밀하고 엄격한 안전기준을 마련해 아직 화재가 나지 않은 다른 분야에도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