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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든 살아서는 양택에 머물다 죽어서는 음택으로 간다. 동아시아에서 죽음을 의미하는 말은 신분에 따라 다르다. 황제가 죽으면 붕(崩), 왕과 제후는 훙(薨), 대부는 졸(卒), 서인은 사(死)라고 한다. 2천 년 전 신라인은 인간의 사후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며 살았을까. 그들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저 너머의 저승세계를 피안(彼岸)으로 인식하며 살았다. 사후의 공간인 무덤에는 피장자가 살아생전 지녔던 차용증 패물, 옷, 생활용품 등을 함께 묻었다. 그렇기에 무덤은 세상에서 가장 사실적인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왕이나 왕비의 무덤은 일반인과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 당시의 풍속, 신앙, 사상 등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어 사료로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의 공간인 무덤을 칭하는 말도 능(陵)·원(園)· 대부업등록업체 총(塚)·분(墳)·묘(墓) 등으로 구분 짓는다. 능은 '무열왕릉'처럼 임금이나 정실 왕비의 무덤이다. 원은 '대릉원'처럼 왕세자, 왕세자빈 또는 임금의 사친이 묻힌 곳이다. 총은 고총의 준말로 '천마총'처럼 피장자는 모르지만, 중요한 유물이 있는 무덤이다. 분은 고분이라고도 하며 피장자를 모르는 옛 무덤을 말한다. 묘는 평범한 사람부터 장군 등 모든 시신이 핸드폰 회선조회 나 유골이 묻힌 곳으로 '김유신장군묘'가 이에 해당한다. 산소(山所)는 묘를 높여 이르는 칭호이고, 무덤은 묘나 산소의 통칭이다.

신라 왕경 경주에는 왕릉이 여럿이다. 그중에서 경주시 탑동에 있는 신라 시조 왕 박혁거세의 무덤으로 전하는 '오릉(五陵)'을 답사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초가을날 곳곳에 걸린 경주 APE 박근혜 부산 C 환영 현수막을 보면서 오릉에 도착하자 마침 숭덕전에서 신라 기원 2082년(2025) 신라 시조 왕 추향대제(秋享大祭)가 열리고 있었다. 2천 년 전 시조 왕을 추념하면서 말끔하게 벌초 된 사적 172호 경주 오릉을 살펴보았다.




◆4~6세기 신라왕릉의 회사설립일 외형적 특징을 보이는 오릉
1946년부터 지금까지 발굴 조사를 통해 밝혀진 신라 고분이 1,900여 기에 이른다. 이 고분 중에서 왕릉으로 정해진 것은 소수이다. 학계에서는 신라왕릉의 변천 과정을 봉분 안 묘제로 구분하여 목관묘(木棺墓,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 → 목곽묘(木槨墓, 2세기～4세기 중엽) →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적석목곽묘(積石木槨墓, 4세기 후반～6세기 전반) → 횡혈식석실분(橫穴式石室墳, 6세기 중엽 이후)으로 차츰 변형 발전시켜 나갔다고 보고 있다.
초기의 목관묘는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목관(널)을 넣어 시신을 안치하거나, 목관 주위에 부장품을 함께 묻는 무덤으로 널무덤이라고도 한다. 목곽묘는 구덩이를 판 뒤 목곽(나무 곽·덧널)을 만들어 시신과 부장품을 함께 안치하는데 곽 바깥에 흙을 쌓아 봉토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아 덧널무덤이라고도 한다. 적석목곽묘는 5~6세기 신라 지배층의 무덤 형식으로 '돌무지덧널무덤'이라고도 하며, 나무곽으로 매장시설을 만들고 그 위에 돌을 쌓아 보호한 후 그 위에 다시 흙을 덮어 완성하는 무덤 구조이다. 이 구조는 후에 목곽, 돌무지, 봉토가 차례로 내려앉으면 봉분 위쪽이 움푹 들어가는 특징이 있다.
횡혈식석실분은 돌로 만든 석실(방)에 출입이 가능한 구조를 갖춘 무덤으로, 6세기경부터 왕실 등 최고 지배계층의 묘제로 자리 잡았으며, 출입이 가능한 석실(돌방)에 연도(복도)를 내어 무덤에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고, 추가장이 가능해, 일회성 무덤인 수혈식(구덩식)과 달리 여러 명이 묻힐 수 있다. 봉분의 크기로 보면, 초기 목관묘는 봉분이 작고, 그 뒤 적석목곽묘는 가장 크며, 후기 횡혈식석실묘도 봉분이 작아진다. 오릉은 '삼국유사' 등 문헌에는 기원 전후 목관묘 시대의 유물로 전하나 모순되게 현재의 외형은 4~6세기 적석목곽묘로 유추된다.
◆신라 왕실의 수호신이 된 오릉
오릉은 신라 왕성인 월성의 서남쪽 약 1.5km 지점의 평지에 있는 다섯 기의 고분이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2대 남해왕, 3대 유리왕, 5대 파사왕 등 신라 초기 4명의 박씨 임금과 혁거세의 왕후인 알영 왕비 등 5명의 무덤으로 전한다. 반면에 '삼국유사'에는 "(박혁거세가) 나라를 다스린 지 61년 만에 왕이 하늘로 올라갔는데 이레(7일) 뒤에 유해가 땅에 흩어져 떨어졌으며 왕후도 역시 죽었다. 국인들이 합장하려고 했더니 큰 뱀이 나와서 내쫓아 못하게 하므로 오체(五體)를 오릉에 각각 장사 지냈다. 또한 이름을 사릉(蛇陵)이라고도 하니 담엄사 북쪽 왕릉이 바로 이것"이라는 기록이 보인다.

현재 오릉은 특정 고분을 지칭하여 누구의 능이라고 명시하지는 않는다. 오릉의 전체적인 외형은 원형봉토분이며, 1호분은 가장 서쪽에 있는데 높이는 약 7.95m, 봉분 지름은 약 36.90m로 5기 가운데 가장 높고 크다. 2호분은 3호분 남쪽의 표주박 형태인 표형분(瓢形墳)인데 봉분 높이는 5m 후반, 3호분은 5m 중반, 4호분과 5호분은 5m 초반이다. 주목되는 것은 2인이 묻힌 것으로 알려진 표형분인 2호분이다. 2호분의 내부구조는 적석목곽분으로 유추되며 오릉에 실제로 6기의 고분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고고학계에서는 5세기 이전 신라 고총의 원형봉토분은 존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고, 봉분의 규모도 소형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오릉에 묻힌 피장자들의 재위 기간이 1~2세기 목관묘 시기임을 고려하면, 현재 발굴하지는 않았지만, 봉분의 크기와 묘제에서 4세기 중반 이후 마립간 시기 적석목곽묘의 전형적인 특징과 표형분이 보인다는 점에서 1~2세기 목관묘 시기에 조성된 왕릉으로 정하는데 동의하지 않고 있다.




경주 오릉 제작


이런 모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릉은 '삼국사기' 신라본기와 '삼국유사'의 신라 시조 혁거세 왕과 미추왕 죽엽군조 등 문헌기록에 따라 통일신라 중대 이후부터 사릉이라는 능호(陵號)와 함께 혁거세 왕과 알영부인 그리고 나머지 3왕의 능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오릉의 능 구역에는 알영부인이 탄생한 우물로 전하는 알영정(閼英井)과 조선 세종 11년(1429) 세워진 박혁거세의 제사를 모시는 숭덕전(崇德殿), 조선 영조 31년(1755) 세운 시조 왕릉 비 등이 있다. 능원의 서남편 송림에는 숭덕전 남쪽 일원의 담엄사지(曇巖寺址)에서 출토된 초석과 석재들을 옮겨 놓았다.
신라의 역대 왕들은 박혁거세를 왕실의 시조이자 신라의 관념적 시조신으로 섬겼다. 시조 묘제사는 왕이 직접 지내는 제사로 새로 즉위한 왕은 즉위년이나 다음 해 봄에 즉위 의례로 왕이 친히 시조 묘제사를 거행했다. 즉위한 왕은 시조 왕에게 제사함으로써 자신이 시조 왕으로부터 왕권을 이은 정통성을 인정받고 시조 왕이 지닌 신력(神力)을 부여받아 자신의 지배가 정당한 것임을 천하에 공표했다. 이를 통해 오릉이 지닌 상징성과 위상을 알 수 있다.
오늘날 무덤은 고인을 추모하는 장소에 그치지 않고 관광지로도 활용된다. 인도의 타지마할은 17세기 무굴 황제가 총애했던 왕비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기 위해 순백의 대리석으로 장식한 무덤이고,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고대 왕족의 무덤인데 150m 높이에 정사각뿔 모양의 거대한 석조 구조물로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이다. 우리도 신라의 시조 왕인 박혁거세의 왕릉으로 전하는 오릉의 존엄성은 지켜나가면서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활용하였으면 한다.
정태수 한국서예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