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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호 기자]
"아빠 잠깐 시간 돼?""응, 말해."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서 아들이 내 앞을 가로섰다. 애써 태연한척했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무슨 사고라도 친 것일까. 아니면 용돈이라도 필요한 건가. 심각한 고등학생 아들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살짝 뒷걸음질 쳤다.
"나도 헬스장 다니려고. 아빠 다니는데 같이 가줄 수 있어?""헬스장에 간다고? 당연하지. 말 나온 김에 바로 가자!"
가면서 이야기 들어보니, 얼마 전부터 다닌 체대 입시학원에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 기초 체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헬스장에 다니려는 마음을 주식 브로커 먹었단다. 무언갈 먼저 하겠다고 한 적이 처음이라 감격스러우면서 대견했다.
사실 아들은 극내향인이며 집돌이다. 세상에서 집에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며 쉴 때는 침대에 꼭 붙어서 절대 꼼짝하지 않고, 좋아하는 음식을 사줄 테니 외식하자는 달콤한 유혹에도 "배달"을 외치며 밖에 나가지 않는 녀석이다. 학교나 학원 등 꼭 나가야 하는 상황 외 산업은행 대출 에는 집에 서식한다.
그런 아들이 사람들 득실대는 헬스장에 간다니.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헬스장에 도착해서 6개월 이용권을 등록했다. 무료 PT 4회가 제공되었으나 아들은 안 하는 대신 기간 연장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낯선 사람에게 배우는 게 부담되는 것 같았다.
아들에게 아빠가 알려 줄 테니 걱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 정 말라고 큰소리를 쳤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헬스장에 다닌 지는 꽤 되었지만, 올해 초 처음으로 PT를 등록했다. 혼자 운동하며 계속 왼쪽 어깨가 아픈 게 자세가 잘못되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갈수록 낯선 사람이 어렵고 불편한 내향성이 짙어졌다. 한참을 고민하고 트레이너를 꼼꼼히 탐색한 끝에 차분하면서도 착실해 보이는 분을 선택했다.
은행직장인대출 예상대로 별로 말도 걸지 않고, 묵직하게 운동을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근육을 키우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올바른 자세와 식습관 개선을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3개월 간, 주 2회 빠짐없이 PT를 받았더니 주변에서 몸이 좋아졌다고 말할 만큼 변화가 있었다.
배운 기술을 아들에게 전수할 절호의 기회였 인터넷소액대출 다. 사실 개인 맞춤 훈련이 끝난 뒤에 홀로 헬스장에서 운동을 계속해왔지만, 효과가 전보다 못했다. 더는 못하겠다고 한계에 봉착 할 때 옆에서 같이 들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아빠와 아들이 운동 파트너가 되다
▲ 같은 기구로 열심히 운동 중인 아들과 나 같은 기구로 열심히 운동 중인 아들과 나, 뒷모습이 닮았다
ⓒ 신재호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내가 먼저 기구를 가지고 시범을 보이면 다음에 아들이 따라 하고, 옆에서 자세를 잡아주며 트레이너처럼 "하나, 둘, 셋" 구호도 해주었다. 운동이 익숙지 않은 아들은 금세 온몸이 땀 범벅이 되었다. 팔이 후들거리며 금세라도 그만둘 것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잘 버텼다.
그뿐 아니라 그만 되었다는 말에도 굳이 한 번 더 하겠다며 입술 꽉 깨물고 고집부리는 모습이 생소했다. 내게 그동안 축적되었던 아들에 대한 데이터는 쉽게 포기도 잘하고, 욕심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자세 관련해서 궁금한 점도 꼼꼼히 물었고, 배려해서 무게를 내리면 해보겠다며 다시 올리는 패기도 보였다.
아무래도 아들보다 중량을 무겁게 들기에 옆에서 엄지척하며 치켜세우는 모습에 우쭐했다. 속으론 죽을 듯 힘들어도 괜찮은 척 연기를 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찾아온 강인한 아빠의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같은 기구로 열심히 운동 중인 아들과 나 같은 기구로 열심히 운동 중인 아들과 나, 뒷모습이 닮았다
ⓒ 신재호
1시간 동안 근육 운동하고, 이후엔 30분간 러닝머신이나 자전거를 타며 마무리했다. 평소보다 1.5배는 운동이 더 되는 듯했다. 진이 다 빠진 부자는 뭉친 근육을 풀고, 샤워장에서 씻고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 몸은 피곤했지만, 기분은 그 어느 때 보다 좋았다.
잔뜩 성이 난 서로의 팔뚝을 잡으며 뿌듯함에 취했다. 아들은 만족스러웠는지 다음 운동시간도 잡자며 재촉했다. 학원 끝나면 밤 10시가 된다는데 그래도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나 역시 회사에서 야근할 예정이라 10시 반쯤 헬스장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아들은 헬스장 가는 날이면 침대에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가끔 피곤할 땐 약속을 미루기도 했지만 대부분 정해진 시간을 지켰다. 나에게도 변화가 생긴 것이 아들과 운동 약속을 잡으면 지인들이 술 먹자고 유혹하는 손길까지 뿌리쳤다. 우선 순위가 오롯이 운동이 되었다.
아들과 운동하면서 대화가 부쩍 늘었다. 함께 역기를 들면서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요즘 관심거리나 고민 등에 관해서도 알게 되었다. 회사 일이 바쁘다고 집에 늦게 오고, 방에 있는 아들 얼굴 잠깐 보거나 그마저도 학원 가면 못 본 날도 많았다. 대화가 늘어나니 관계 역시도 좋아졌다. 꼼양거리는 우리 모습을 보곤 아내가 '헬스 브라더스'란 별명도 지어 주었다. 나야 고마운데, 아들은 영 못 마땅한 듯했다. 늙다리 아빠인데 형이라니.
50이 되어 새로운 목표가 생기다
▲ 아들과 교대로 열심히 운동 중 아들과 헬스기구를 교대로 사용하며 열심히 운동을 함
ⓒ 신재호
함께 운동한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들과 다음 운동 시간을 정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각자 유튜브 등을 통해 알게 된 운동법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누는 등 정보 공유도 활발해졌다. 아들은 폭풍 검색 끝에 헬스 보충제를 찾았고, 구입해서 운동 마치고 열심히 섭취 중이다.
탈의실에서 아들 몸을 곁눈질로 바라보니 제법 어깨도 넓어지고, 가슴 근육도 전보다 탄탄해졌다. 덩달아 나 역시 운동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인바디를 했더니 모든 부분에서 수치가 전보다 상승했다. 몸도 좋아지고, 관계도 좋아지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았다.
얼마 전에는 아들과 목욕탕도 다녀왔다. 사춘기에 진입하고는 쑥스럽다며 절대 목욕탕을 가지 않더구먼. 슬쩍 한 번 물었더니 단박에 가겠다고 했다. 오래간만에 서로 등도 밀어주며 부자 간의 정을 나눴다. 얼마나 힘이 좋든지 등껍질이 벗겨지는 줄 알았네. 헬스의 순기능이라고 해야 할지 역기능이라고 해야 할지.
아들과 운동을 시작하며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다. 아들과 계속 운동할 수 있도록 건강한 몸을 오래오래 유지하기이다. 아빠가 힘들어해서 같이 운동 못 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이참에 술도 줄이든지 아니면 아예 끊어보면 어떨까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다. 물론 전자로 결정이 났지만.
'헬스 브라더스' 아니 '헬스 부자'의 몸의 대화는 오늘도 자정이 다 되도록 끝도 없이 이어진다. "하나! 둘! 셋! 넷!" 쩌렁쩌렁한 구호 소리와 함께.
《 group 》 내향인으로 살아남기 : https://omn.kr/group/intro
'내향인으로 살아남기'는 40대 내향인 도시 남녀가 쓰는 사는이야기입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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